[책마을] 인류의 끝없는 질문 "지구는 몇 살인가"

입력 2021-08-26 18:06   수정 2021-08-27 01:59

17세기 제임스 어셔 대주교는 지구의 탄생 연도를 기원전 4004년으로 추정했다. 고문헌과 성경 속 등장인물의 나이를 역산한 값이다. 지금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당대엔 가장 과학적인 연구 결과였다. 지질학의 개념조차 없던 시대에서 지구과학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었다.

《지구의 깊은 역사》는 과학사학자인 마틴 러드윅이 인류가 지구를 탐구해온 맥락과 흐름을 망라해 소개한 책이다. 지구의 탄생 원리를 설명하는 자연과학이 아니라 지구과학의 역사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 과학사를 다루지만 종교와 과학을 대립시키지 않는다.

18세기 과학자들에 비하면 어셔 대주교의 연구 의도는 비교적 순수한 편이다. 유럽 국가들은 새로운 광물자원을 찾으려고 과학자들의 현지 조사를 경쟁적으로 지원했다. 채석장 수는 급증했고 채굴 기술도 발전하기 시작했다. ‘지구구조학’이란 용어도 나왔다. 지구를 연구 대상으로 삼기 시작한 것이다.

숱한 연구가 이어졌지만 인류가 지구의 나이를 정확하게 추산한 건 100년이 채 되지 않는다. 방사선이 발견되고 나서야 정확한 분석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1953년 미국 화학자 클레어 페터슨은 방사성 연대 측정을 통해 지구의 태동 시기를 45억 년 전이라고 발표했다. 페터슨은 마리 퀴리의 남편 피에르 퀴리의 연구결과를 활용했다. 퀴리는 방사능 현상이 일어나면 열이 끝없이 방출된다는 걸 1903년 발견했는데 후대 학자들이 이를 지구과학에 접목하면서 지구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이전까지 학자들은 지구 내부 온도를 측정해 연대를 가늠했다. 아주 오래전 지구는 뜨거운 불덩어리였고 천천히 식어가면서 현재의 상태가 됐다고 가정한 것. 식는 속도를 측정하면 지구 나이를 계산할 수 있다고 믿었다. 전제가 틀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과학자들은 우라늄 붕괴를 활용해 지구 연대를 측정했다. 저자는 “과학은 다양한 이론이 경합하고 서로 보완하면서 발전한다”라고 설명한다. 그는 말한다. “과학은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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